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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5-yr prog)

Auburn University Architecture 3학년 과정

삼지안☆ 2023. 3. 11. 02:21

이 때에도 코로나가 한창 진행중이라, 집순이었던 나는 상당히 덕을 봤던 해다.

솔직히 5학년이 된 지금 생각해도 가장 편했고, 가장 여유로웠으며, 가장 디자인이 잘 나왔던 학기가 3학년 1학기였다.

 

교수님도 잘 걸렸고, 과제도 생활에 가장 밀접해 있어서 여태 살아오며 쌓인 경험들로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던것 같다.

과제는 Affordable Housings. 장소는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찰스턴이라는 시티.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서울같은 시티와는 좀 거리가 먼, 미국스타일의 시골/오래된 시티이다.

격자 길만 잘 나있는, 오래된 도시. 심지어 인구수조차도 도시라고 불리울수 없는 지경인 곳이었다.

그저 지도 환경이 도시이니, 여전히 도시라고 불리울 뿐인 그런 슬픈 도시.

이런 도시를 재개발을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디자인한 건물들이 실제로 지어질리는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져서,

이때에도 '실제로 디자인을 쓸 수도있어' 라는 교수들의 말씀은 그냥 가볍게 흘겨들었다.

학생들 디자인 가져다가 정말 지을 것도 아니고... 짓는다 해도 전문가와 다시 개편해서 디자인할게 뻔한데 무슨...

 

아무튼, 이번 3학년때에도 동급생은 모두 같은 장소에 같은 주제와 조건들로 디자인을 하게된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다들 본인들의 경험 및 사전에 조사했던 presents 들을 참고해서 디자인했었고,

상당히 활발했던 학기였다.

대체로 좋은 리뷰 결과를 받았으며, 내 기억엔 세 부류로 나뉘었었다.

사용자의 실용성/활용성이 중심인 디자인, 건물주의 실용/활용성이 중심인 디자인, 그리고 그냥 조건만 어떻게든 끼워 맞춘 예쁜 디자인.

 

내 경우에는 첫번째에 해당했었는데, Lot 끝부분에 위치한 장소를 받게되어서 사실 총 6가구를 지을 수 있었지만, 그리되면affordable 할 수는 있으나, 3-4인 가정이 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2개의 duplex를 지어 총 4가구만 지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경험을 살려, 좁은 공간에 최대한 넓은 침실들을 어떻게든 끼워 넣고, 공간간의 동선을 최소화 하는데에 집중했던 디자인이었다.

플로어 플랜은 생각보다 잘 나왔는데, 그 후 지붕이 문제여서 지붕으로 1달 반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ㅎㅎ

결국 그냥 고민끝에 가장 원했던 요소인, 집 들어갈때 빗물이 머리위로 안 떨어지는 구조와 재미없긴 싫어- 라는 생각만 살리고 나머지를 다 버렸더니, 풍차모양이 되어버렸다.

렌더링과 적절한 각도 덕분에 생각보다 주변건물들과 잘 어울려서  5년 통 털어서 유일하게 리뷰어들이 아무런 트집을 잡지 못했던 리뷰였다.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내 최애이자 최고의 디자인이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은 많지만, 당시 학년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요소만 본다면 충분했다.

 

그리고 2학기에는 사실 스칸디나비아반을 신청했는데 통과가 되어 유럽을 갔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피해본 유일한 부분이라, 사실 많은 불만을 표하기가 어렵다. 그외의 모든부분에선 개인적으론 덕을 많이 본 케이스라 그냥 기브앤테이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본학기때에는, 과제가 strip mall 이었는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strip mall이 stripe mall 인줄 알았다... 여태 살면서 이 단어를 사용할 일도 없었거니와, 들을 일도 없었어서, 첫 리뷰받고 '아....?' 했다. ㅎㅎㅎ 생겨먹은게 동양인이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생겨먹은게 서양인이었다면 진짜 너무 쪽팔려서 zoom 에서 튕긴척 나갔을 것 같다.

 

이 과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함축해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이는 "없어서." 이다.

그냥 처음부터 주어진게 없다. 아무것도.

건물 폼 만 3달을 만든것 같다. 모두가.

장소도, 들어가야할 프로그램도, 아무것도 준게 없다. 3달동안. 허허

그러다 마지막 1달째에서야 프로그램을 룰렛으로 돌려 정하게되었고,

각자 본인 디자인에 알아서들 끼워 넣고 다듬어야했다.

장소는 무려 기말 2주전에나 알려졌는데, 지금 생각해도 악몽이다.

 

이 학기때에는 정말 너무 디자인하는게 힘이 들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휴학을 고민하기도 했고, 실제로도 과도한 스트레스때문에 온몸에 염증이 재발하고, 잇몸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피가나며, 학기 막바지에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 학기 끝나자마자 살기위해 한국으로 가서 2주 격리 풀리자마자 치과와 종합병원가서 전체 건강검진 받고 체력 회복하고 왔다. 이때가 분기점으로 내가 학업을 하는 동안의 생각이 '최선을 다해서 열씸히 하자' 에서 '그냥 적당히 목표 달성만 하자' 로 바뀌었다.

 

만약 '적당히 하자' 라는 마인드로 3학년 2학기를 즐겼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